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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내밀어 준 희망의 손

기사승인 2023.05.31  16: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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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상동행정복지센터입니다. 혹시... 정우리님(가명) 휴대폰 아닌가요?”

“네?... 정우리는 제 남편이에요. 몇 년 전에 집을 나가서 한동안 연락이 오긴 했었는데... 2년전 부터는 아예 소식이 끊겼어요.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모든 이들이 마음 아프고, 안타깝게 생각했던 세 모녀 사건 이후 현장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찾아 복지정보와 서비스를 전달하는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더욱 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 대상자 중 한 분으로 연락드렸는데 예상치 못했던 가족 상황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미 가족들과 연락이 끊긴지 오래라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서 곧바로 주소지로 방문했고, 그곳이 고시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고시원장님을 만나 장기간 그곳에서 거주해왔으며, 최근 몇 달 사이엔 부쩍 힘도 없어 보이고, 아침 일찍 일을 구하러 간다고 나갔다가 그냥 들어오는 날이 빈번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월세도 몇 달치 체납되었다고 했습니다.

마침 저희가 방문한 날은 일을 구하셨는지 고시원에 다시 들어오지 않아 방문 앞에 꼭 연락 주실 것을 당부하는 쪽지를 부착하고 원장님께는 복지과 직원이 연락을 기다린다고 전해줄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그러나 수일이 지나도록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가족들과도 단절한 채로 살고 있다고 하니 유독 신경이 쓰였기에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부재중 전화도 꼼꼼하게 확인하고 고시원장에게도 다시 한번 연락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드디어 희망의 손을 붙잡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났을 때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 원장님한테 이야기 들었는데... 저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약간은 망설이는 소심한 목소리로 자신을 밝힌 정우리님은 고시원 원장님으로부터 전화 걸어보라는 권유를 받고 며칠을 고민했고, 전화를 들었다 놨다 수 없이 반복한 끝에 겨우 용기를 냈다고 했습니다.

매우 왜소한 체구에 잔뜩 주눅 들어 있는 모습으로 방문하셨고, 초기상담을 통해 10여 전 뇌경색으로 수술을 받은 후유증으로 시력 저하 및 시야가 좁아졌고 말과 반응 속도도 느려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 년전 까지만 해도 자활근로에 참여하며 열심히 생계를 유지하려 애썼지만 아내의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와 생활비가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절망감에 휩싸이게 되었고, 당시 각종 연체금으로 인해 통장까지 압류되자 아내와 자녀들에게는 능력 없는 가장이 된 것 같은 자격지심이 잦은 다툼으로 이어졌고, 계속된 불화에 자신의 평생 꿈이었던 ‘무협소설 작가가 되어 큰 돈을 벌어 다시 가족들 앞에 당당하게 설 거야’하는 마음으로 그동안 틈틈이 글을 작성했던 노트북을 갖고 집을 나왔다고 합니다.

당장 생계가 막막했기에 건설 현장 잡부 일을 하여 생활비를 벌었지만 갈수록 잡부 일마저도 체격 좋은 젊은 사람들에게 점점 뺏기다 보니 소득 있는 날이 몇 날 되지 않았고, 고시원 월세와 건강보험료도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약도 언제부터 돈이 없어 약 먹을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한 반년 전쯤... 일을 하다가 손에 화상을 입어 병원에 가게 되었다가 주민등록 말소가 되어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게 되었는데, 나름대로 게으름 피우지 않고 살았지만 집으로 돌아갈 길은 자꾸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내성적인 성격이라 주변에 얘기하며 지내는 이웃도 없었기에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았고, 빠져나올 길을 도무지 혼자서는 찾을 길도 없고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우리님의 얘기를 들으면서‘이분과의 연락을 포기하고 고시원 원장님께 부탁을 드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제적인 도움도 물론 필요했지만 우리가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위로와 경청, 그리고 격려와 지지였습니다

우리는 용기 있게 연락 준 것에 대해서 격려와 지지를 하고 긴급생계비 신청으로 생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했고, 체납된 건강보험료는 분납 조정을 신청하여 다시 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덕분에 진료를 받고 고혈압 약도 다시 복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우리님은 앞으로 더 열심히 건강관리를 하겠다고 약속했고, 저는 건강을 되찾으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습니다.

몸은 왜소하고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무작정 도움을 받기 보다 근로를 통해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길 원하는 분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꼭 자립을 하고 싶다고도 하셨습니다. 직업상담사 연계를 통해 다른 직종보다 급여는 많지 않지만 이직률도 낮고 육체적 근로 강도도 조금은 덜한 꼭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되었고, 본인 체력에 맞는 일을 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소설을 쓸 시간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우리님은 “복지과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 때문에 제가 다시 살 수 있는 희망이 생겼어요. 모두들 저한테 도움의 손길을 뻗어 주신 덕분입니다”라며 감격해 하셨습니다.

 

[또 다시 위기에 처하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열심히 일을 하시고 첫 월급날이라고 전화를 주셨는데 기쁨이 담긴 목소리가 아닌 다급하고 약간은 좌절이 섞인 목소리였습니다.

“회사에서 월급을 입금해 줄테니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는데 제 하나뿐인 통장에 압류가 걸려 있어서 돈을 받을 수가 없어요. 정말 죄송한데 혹시 주무관님 통장으로 제 급여를 받을수 있을까요? 제가 아는 사람도 없고... 아 정말 죄송해요... 이런말 하고 싶지 않았는데...”라며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어 보셨습니다.

평소 품성을 알고 있기에 이런 전화를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듭했을지 참 힘들게 전화를 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급여가 압류되면 일을 할 의지도 꺾이고 다시 절망감에 빠지겠다 싶었습니다.

도울 방법이 없는지 궁리 끝에 신용회복위원회에서 교육 받은 내용이 생각나 이번 달 급여는 다른 은행에서 새로운 통장을 개설해 수령하고 이후엔 신용회복위원에서 채무조정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 무사히 월급을 받아 두 달 치 고시원비도 갚았고 신용회복위원회에 방문해 채무조정을 신청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희망을 품고 나아가다]

정우리님의 목표는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아들과 아내에게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며 살고 계십니다. 가족들에게 돌아가서 살기 전까지 조금 더 나은 주거환경에서 생활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문도 없는 작은 고시원에서 벗어 날 수 있도록 주거취약계층 임대주택 신청을 도와 드렸습니다. “선생님 저 임대주택 안 돼도 괜찮아요 신청한 것만으로도 또 한번의 희망이 보입니다”라고 삶의 의지를 보였습니다.

복지과에서 일하는 우리는 각자가 있는 자리에서 맡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서게 해줄 도움의 손이 되고, 그 손을 붙잡고 일어서는 순간이 삶의 희망을 보는 순간이 될 수 있음을 정우리님과의 만남을 통해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일 하나 절대로 가볍거나 소홀히 여기지 않기를 다짐하고 또 보람을 가짐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정우리님은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데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자신의 꿈을 향해 계속 전진하고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기를 바라고 응원합니다.

 

상동행정복지센터 복지과 윤정화 주무관 

  이미지  
 

 

 

부천시청 leh134652@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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