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시집와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5남매를 낳았어요. 일본과 한국이라는 문화차이를 극복하고 시어머니께 김치 담그기, 밑반찬 만들기도 배우며 포근한 가정을 꾸려왔어요. 때로는 문화차이로 갈등도 있었지만,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헌신적인 사랑으로 가정을 지켜왔어요. 첫째 아이는 미술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을 정도로 소질이 있고, 둘째 아이는 배드민턴대회에서 준우승해서 자랑스럽고요. 셋째는 삶의 즐거움을 주는 존재랍니다. 넷째 아이는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고, 다섯째 아이는 명랑한 귀염둥이라 가족 모두가 늘 행복합니다.” 일본 어머니 스피치로 무대에 선 소고나가에 씨의 발표에 뜨거운 응원의 박수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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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 스피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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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축제를 기념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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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체 합창 |
지난 12월 1일 부천시 근로자종합복지관 대강당에서는 부천시 외국인 주민지원센터 주관, 일본공동체 주최로 ‘2024 일본 달축제’ 행사가 개최되었다. 부천시와 한국노총 부천 김포 지역 지부, 부천시 다문화가정협의회의 후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행사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일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다. 행사를 빛내기 위해 김미자 시의원과 곽내경 시의원 및 여성단체 회장단, 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미얀마 단체장들과 일본인, 한국인 등 160여 명이 참석해 다문화인들이 교류를 나누는 뜻깊은 축제가 되었다.
다문화가정협의회 구보사와 아끼꼬 회장은 “달 축제는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이 함께 만들어가는 행사입니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키우듯이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사랑의 씨앗을 키워내며 큰 나무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으로 함께 합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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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천팀의 난타공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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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전통 춤 공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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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문화가정협의회 구보사와 아끼꼬 회장 |
식전행사로 일본전통 춤과 비천팀의 멋진 난타 공연도 선보였다. 어머니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꾀꼬리 같은 노래 솜씨도 자랑하고 부채를 들고 멋진 춤사위를 펼치기도 했다. 중, 고등부와 청년팀의 공연도 하트를 발사하며 멋들어지게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이번 달축제에서는 다문화가정 2세들이 느꼈던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찡하게 울렸다. 김동이 군은 “아빠는 한국인, 엄마는 일본인입니다. 일본 나고야가 고향인 엄마를 따라 일본에 갔을 때 외할아버지와 온천에 갔는데 대화가 잘 안되어 애를 먹기도 했어요. 그래서 일본어를 잘 배워서 외할아버지께 효도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에서 살아온 저는 문화차이를 느끼기도 했어요. 일본에서는 밥그릇을 손에 들고 먹고 한국은 상에 놓고 먹는 것도 달라요. 한국은 자동차가 오른쪽 통행인데 일본은 왼쪽으로 통행해서 역주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문화가 다른 곳으로 시집을 온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지금은 제가 집안일을 도와드리고 있어요. 한국과 일본이 축구나, 야구 경기를 하면 아빠는 한국팀 응원하고, 엄마는 일본팀 응원하고, 저는 양쪽 팀 다 응원해요. 요즘엔 NHK 일본방송에 나오는 아침드라마를 보면서 열심히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미래의 꿈은 일본어를 잘하는 영상편집을 해서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하고 싶어요.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연결하는 소통의 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발표했다. 청중들은 김동이 군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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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 스피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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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팀 노래공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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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트를 날리는 청춘들 |
엄마가 일본인 가정의 추혜인 씨는 “초등학교 5학년 역사 시간에 일제강점기 잔혹했던 사건이 나오면 저를 바라보면서 그 시대 가장 나쁜 사람의 이름을 붙여서 놀림을 당하기도 했어요. 어떻게 하면 차별이 끝이 날까? 고민도 했어요. 지금은 차별과 편견을 이겨내고 탈북민 가정과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다문화인으로서 차별과 편견은 나의 자양분이 되었어요.”라고 발표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게 보였다.
일본인 유학생 다케우치 다카코 씨는 “한국에 유학을 와서 살아보니 문화차이가 나서 어려운 때도 많았어요. 교수님이 외국 생활 경험이 있다며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어요. 한국인 친구 할아버지 댁에 놀러 갔는데 친손녀처럼 살뜰하게 챙겨주셔서 한국의 따뜻한 정의 문화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7년 동안 유학 생활을 하면서 친구의 가족들과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고, 나라가 다르더라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만들어 준 한국을 사랑하게 되었어요.”라고 발표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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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별과 편견은 나의 자양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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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학생 스피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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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공동체 가네꼬 유미꼬회장 |
일본공동체 가네꼬 유미꼬 회장은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나라를 지키고자 군대도 다녀오고, 어려운 순간도 묵묵히 이겨내며 맡은 바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가는 모습들이 든든하고 자랑스럽습니다. 따뜻한 이웃사촌으로서 우리 사회의 주춧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일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문화 생활의 어려움을 이해하게 되었다. 무심코 대했던 외국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다. 우리 아이들도 외국으로 유학 가면 똑같은 다문화 처지가 되는 것이다. 세계는 한 지붕 시대 모두가 똑같은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다문화 포함 이웃사촌들에게 마음을 개방하고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지름길로 보인다.
